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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략국가로 거듭나야 합니다 (2025.04.15_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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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5-04-17 14:07 조회 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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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90일은 벌었습니다. 관세 이야기입니다.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발표 7일 만에 90일 유예로 조정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1기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라이트 하이저가 주장한 공격적 관세를 통한 국익 중심의 전략적 보호무역 정책이 더욱 심화된 듯합니다.


미국 내 제조업 중심 일자리를 키우고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죠. 그러나 과거 미국 독립 이후 고립주의 시대에나 성공했던 관세 정책이 오랜 시간 다져온 자유무역 체제의 공급망 체계를 뒤흔들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오히려 자본시장에 대한 충격과 인플레를 거치면서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문제는 우리입니다. 지난 30여년 상호의존적 협력에 의한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자유무역 과정에서 큰 혜택을 본 대한민국은 기술 혁신과 디지털화를 거치며 경제력과 군사력이 세계 6위인 나라가 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자국 중심주의화되는 경제안보 시대에 고도의 전략과 속도감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국제 체제의 분절화 속에서 우리의 성공신화는 막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시기에 정치적 리더십 부재가 더욱 걱정을 키웁니다.

우리가 아는 트럼프의 거래적 접근방식과 개인 외교 스타일로 미뤄 방위비를 포함한 모든 이슈를 한데 묶어 패키지 딜을 하리라 믿어집니다. 미군 주둔 비용의 약 60%를 부담하는 독일과 일본을 감안하면 40% 남짓한 한국 방위비 인상은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 국방부가 ‘2024년 국가방위산업 전략 보고서’에서 지적한 한국의 우수한 방산 역량은 핵심 파트너 역할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이 위기감을 갖는 조선업도 한국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는 미국 내 생산 능력 확충으로 인한 기여가 돋보여야 합니다. 즉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의 위치를 강조하고 한국과의 통상이 미국의 경제 성장과 고용에 기여한 점을 부각해 유연하고 전략적인 빅딜을 성사시켜야 합니다.

당분간 이어질 대중국 강경 정책은 중국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입니다. 양국 시장 사이의 균형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외교 전략은 경제안보 관점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합니다. 단순한 동맹외교를 넘어 경제, 기술, 산업, 교육 정책과 연계된 다층적 외교가 요구됩니다. 기술 중심의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 독일, 일본, 캐나다, 호주 등과의 연대를 신속하게 강화해 미국을 향해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관세는 단기적 충격으로 끝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모두를 넘는 파괴적 혁신의 중장기 전략이 필요합니다. 미래를 향한 ‘전략국가’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간의 성공을 만들었던 패스트 팔로어 전략, 캐치업 게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이번 기회에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연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 모색해야 합니다. 모든 전략의 바탕에는 국내 산업 생태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우선돼야 합니다. 중소기업의 차별화된 기술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불합리한 규제 혁파, 디지털 전환 속도 증대가 필요합니다. 글로벌 관점에 맞을 경제 관련 제도나 사회적 관행의 파격적 개선도 있어야 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지적되는 주주환원, 정책 일관성, 노동시장 유연성, 회계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비관세장벽 해소와 더불어 미래산업에 필요한 인력 양성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국가 경제력 창출의 기본 단위가 기업입니다. 높은 기업가 정신으로 ‘K경영’의 기적을 이룬 우리 대한민국이 ‘무역 강국’을 넘어 ‘전략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김효준 미래컨설팅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