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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칼럼]앤젤리나 졸리의 아주 특별한 여행 (2025.07.19_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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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5-07-21 14:37 조회 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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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리나 졸리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아이들을 돌보는 데 써달라고 1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각종 선행으로 화제를 모은다.


<앤젤리나 졸리의 아주 특별한 여행(Amazing Survivors)>은 그가 2001년 아프리카, 캄보디아, 에콰도르 등을 다니며 보고 듣고 배운 난민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그는 책을 쓸 당시 870억원짜리 요트를 구입하고 누릴 것 다 누리고 산 사치스러운 인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처참하기 짝이 없는 환경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사랑과 평화를 염원하는 난민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다. 자신이 오히려 그들에게 배우고 도움을 받고 있다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졸리는 참사 현장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위험지역생명보존운동, 이머전시, 옥스팜, 노르웨이사람들의손길 등 여러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인도주의 활동가들을 만났다. 그는 책에서 “단 한 번의 의미 있는 여행이 자기 삶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졸리는 10대 시절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외모 콤플렉스가 심해 심리치료를 받았다. 데뷔 초에는 할리우드의 트러블 메이커로 통했다. 부모에 대한 반항심에 자기 몸에 상처를 내고 자살을 시도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음에도 우울과 자괴감에 사로잡힌 배우였다.


TV에서 본 난민에 관해 알아보고 싶어 공부를 시작한 후 다시는 예전 생활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제는 죽을 때 배우가 아니라 인도주의에 푹 빠진 활동가로 기억되고 싶어 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졸리의 기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경제학에서는 기부를 불우이웃에게 경제적 도움을 줘 자신의 효용을 증가하는 행위로 이해한다. 어려운 이들과 나누는 행위로 도움받는 사람도 행복해지고 도움 주는 사람도 행복한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내 효용함수에 다른 사람의 효용을 포함한다는 것은 타인의 처지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다. 한마디로 공감이다. 이런 해석은 기부가 이타적 동기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 성립한다.


10명에게 5만원씩 나눠주고 자신이 갖거나 기부할 금액을 결정하도록 한 실험이 있었다. 기부한 금액은 공공재 생산에 쓰여 2배의 가치를 창출하고 그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20%씩 돌아간다고 할 때 어떤 결과에 도달할까. 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효용의 크기는 아무도 기부하지 않으면 5만원이지만 모두가 5만원을 기부하면 20만원이 된다. 따라서 아무도 기부하지 않는 것보다 모두가 기부하는 게 더 나은 결과가 된다.


경제학에서 가정하듯이 이기적인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모두 5만원을 기부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기부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누릴 효용의 크기는 25만원이다. 이는 기부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효용인 20만원보다 크다. 만약 이 사람이 공공재에 무임 승차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생각을 해서 아무도 기부하지 않을 수 있다. 그 결과 균형은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정말 이기적으로만 행동할까.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론에서 예측한 것처럼 무임 승차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소득 중 40∼60%를 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부의 공공재적 성격을 터득한 졸리는 아이를 안고 이렇게 말했다. “아가야, 너는 불쌍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거야.” 우리는 졸리처럼 세상의 모든 아이를 사랑할 의무가 있다.



UNIST 교수/미래경제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조원경